와비파커: 성공의 공식, 공식의 성공 | 33st.co
와비파커: 성공의 공식, 공식의 성공
Oct 6, 2017

공식1. 탄생신화

그들이 생각한 기업이 가져야 할 내러티브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1. 개인적인 스토리(personal story) 2. 기존 제품/서비스의 불편한 점(pain point) 3. 해결책(solution) 4. 악당(bad guy) 5. 어마어마한 목표(big hairy audacious goal).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은 와비파커의 탄생신화에 잘 드러난다:

돈없는 젊은 대학원생이 있었다. 어느날 친구들과 백팩킹 여행을 떠났다가 안경을 잃어버렸다. (어떤 버전에 따르면 비행기 좌석 주머니에 놓고 내렸다고도 한다). 새로 맞추려니 3백 달러가 넘는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구할 수는 없고, 어쩔 수 없이 그 학기가 끝날 때까지 안경없이 버텨야 했다. 그러면서 ‘왜 안경이 이렇게 비싸야 할까?’하는 궁금증을 가졌고, 알고보니 안경산업이 사실상의 독점산업이었고, 연구를 하면서 ‘인터넷을 이용하고, 중간상인들을 건너 뛰면 1/3 가격에 질좋고 멋있는 안경을 팔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와비파커는 그렇게 시작했다고 한다. 적어도 와비파커에 따르면 그렇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특별히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가난한” 학생이라는 이미지다. (사실 이 학생이 다닌 학교는 MBA로 유명한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와튼스쿨이다). 학생은 돈이 없었고, 안경이 비싼 이유는 글로벌 거대기업의 독점 때문이었다. 물론 이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룩소티가(Luxottica)라는 이탈리아 회사는 오클리, 레이밴 등의 고급 브랜드 안경테 브랜드들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아르마니, 샤넬, 프라다, 랄프로렌에도 안경테를 공급하며, 미국의 주요 안경매장인 렌즈크래프터와 펄비전, 선글래스헛을 가지고 있는 사실상의 독점기업이기 때문이다.

“800년된 기술의 제품이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겠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거대 독점기업이라는 골리앗을 상대로 하는 다윗의 이미지는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즐겨 사용하는 내러티브다. 거기에 그런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산업이 전통적인 산업이고,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아 가격이 높거나 서비스가 떨어진다면 금상첨화다. (우버 vs. 택시회사) 그리고 그런 기업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구글처럼) 젊은 명문대 출신 친구들이 세운 회사라면 더욱 좋은 그림이 나온다. 와비파커의 안경사업은 그런 내러티브를 충실하게 따랐다. 와튼스쿨에 다니던 네 명의 친구가 의기투합해서 회사를 세웠고, 그 중 두 명이 끝까지 남아 회사를 성공시켰다.

인터넷에서 5개의 안경테를 고른 뒤 무료로 배송받아 착용해보고, 마음에 드는 테로 결정해서 인터넷에서 저렴한 가격 (95달러)에 안경을 구입하게 한다는 것이 사업모델이었다.

공식 2. 특별한 브랜드 감성

와비파커의 상징이 되는 푸른색은 ‘푸른발부비(blue-footed boobies)’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새의 발에서 왔다. 갈라파고스 섬에 사는 이 새는 다소 엉뚱하게 생긴 외양과 우스운 이름(boobies는 여성의 가슴을 가리키는 속어) 때문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기억에 남는다는 이유로 와비파커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채택되었다. “사업은 진지하게 생각하지만 회사의 이미지는 가볍게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이 설립자들의 의도다.

와비파커가 원하는 브랜드 감성을 끌어내기 위해 그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생각했다:
1. 고유한(authentic) 것인가? 2. 내러티브를 담고 있는가? 3. 식탁에서 하고 싶을 만한 이야기인가? 4. 세상에 좋은 일을 하는가?

이미지 메이킹의 노력은 그러한 브랜드 내러티브를 잘 알려진 문화적인 상징과 연결하는 것도 포함한다. 와비파커(Warby Parker)라는 이름은 미국의 1950년대 비트(Beat)세대를 상징하는 작가 잭 커루액(Jack Kerouac)의 작품에 등장하는 두 이름, 와비 페퍼와 재그 파커에서 각각 이름과 성을 따와서 지은 것이다. 이 이름을 정하기 위해 친구들 1천5백 명에게 이름이 주는 느낌을 물었다고 할만큼 철저한 조사를 거쳤다. 1) 들어본 적은 있지만 2) 어디에서 들어봤는지는 모르겠고 3) 들었을 때 긍정적인 느낌이 나는 이름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통과한 것이 바로 와비파커라는 이름이다.

심지어 95달러라는 가격도 원가회계를 기준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좋은 비주얼이 나오도록” 결정된 것이다. 먼저, 시장조사 결과 1백불이 넘으면 소비자들은 싸게 샀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99달러로 가격을 정하면 “싸구려” 혹은 “세일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주었고, 결국 95라는 숫자가 소비자들의 눈에 시각적으로 매력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단지 이미지 때문에 4불을 깎는다는 것은 일반 기업들이라면 선택하기 힘든 조건이지만, 와비파커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개당 4불이라는 이익을 기꺼이 포기했다.

새로 합류한 직원에게 잭 커루액의 책 와 함께 태국음식점 상품권을 주는 것, 고객이 방문할 수 있는 물리적인 매장을 새로 열 때 마다 매장이 위치한 지역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를 만드는 것도 세밀한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이다.

공식 3. 사회적 책임

몇 해 전 미국에서 탐즈(TOMS)라는 신발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소비자가 한 켤레를 구입할 때마다 회사가 한 켤레를 가난한 지역의 아이에게 기부한다는 조건도 큰 몫을 차지했다. 10년 전 MIT 미디어랩의 창립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가 주도한 OLPC(One Laptop Per Child)라는 구입-기부 모델에서 시작된 이러한 의식있는 소비자를 위한 사회참여 기회는 와비파커 역시 그대로 배워와서 적용했다.

실바브랜드(Silva Brand)의 창립자 톰 실바는 고객이 느끼는 브랜드의 가치는 기능적, 사회적, 그리고 감정적인 가치라고 정의한다. 와비파커의 저렴한 가격과 브랜드 이미지가 각각 기능적, 감정적 가치를 충족시킨다면, 고객이 안경을 하나 구입할 때마다 낙후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안경을 하나씩 무료로 제공한다는 메시지는 와비파커의 고객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제공해주는 방법이다.

와비파커는 B랩(Lab)에서 인증하는 ‘B기업(B Corporation)’ 인증을 받았다. 사회적 기준, 기업의 투명성, 환경보호, 재무건전성을 기준으로 사원들의 임금과 복지, 탄소배출량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것은 물론, 안경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참여의 이미지를 전달한 것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년 일정 액수의 기부금을 내고 마는 것과 달리 훨씬 더 적극적인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제는 이 정도의 적극성이 없이는 소비자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기업들의 기부문화가 확산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와비파커의 안경테를 만드는 중국의 공장들은 노동조건을 조사, 확인하는 베리떼(Verité)의 인증을 받았다.

공식 4. 고객이 담당하는 홍보

요즘 미국의 기업들 사이에 가장 중요한 브랜드 가치 측정기준은 넷 프로모터 스코어(NPS: net promoter score)라는 점수다. 고객이 특정 브랜드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10점 만점으로 표현했을 때 9-10점을 준 고객은 ‘프로모터’라고 부른다. 이들은 그 브랜드의 제품을 반복구매할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 권하는 사람들이다. 7-8점을 준 사람들은 ‘패시브(passive)’라고 해서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특별히 브랜드에 끌리지 않기 때문에 경쟁제품/브랜드에게 쉽게 넘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6점 이하는 ‘디트렉터(detractor),’ 즉 브랜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해서 가치를 떨어뜨리는 사람들이다. NPS는 전체 응답자 중 프로모터가 차지하는 비율(퍼센트)에서 디트랙터가 차지하는 비율을 제하고 남는 비율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가장 이미지가 좋은 대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코스트코가 82점이고,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애플이 72점을 받고 있다. 와비파커는 2013년에 88점, 2014년에 91점을 받았다.

물론 회사가 커지고 고객 숫자가 늘수록 높은 점수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와비파커의 NPS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렇게 NPS에 전력을 다하는 태도는 고객상담이 전설적인 수준에 달한다는 재포스(Zappos)의 전략으로 유명해졌다.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닌 고객이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하게 유도할 수 있을 만큼 감동시키는 전략이었다.

사실 와비파커는 룩소티카의 독점에 맞서 온라인으로 안경을 팔기 시작한 첫 업체가 아니었다. 이미 많은 업체들이 비슷한 전략으로 저렴한 안경을 팔고 있는 시장에서 와비파커가 차별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저렴한 가격만이 아닌 소비자의 제품 구매 경험(experience)의 극대화에 있었다. 가령 와비파커의 웹사이트(warbyparker.com)에서 제품을 주문해보면 안경테의 선택부터 안경처방전 업로드, 렌즈의 선택, 주문까지가 아주 단순화되어 있다. 실제로 구입을 하는 과정에서는 담당직원을 통해 좀 더 나은 렌즈를 선택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할인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러한 옵션들을 웹사이트에 모두 표시하면 절차가 복잡해보이고, 소비자가 구매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장벽이 된다는 이유로 일부러 절차에서 없앴다. 그 대신 구매과정에서 직원과의 채팅을 통해서 옵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게 해둘만큼 문턱을 낮추는데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 결과, 와비파커의 제품을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입소문이 지금도 와비파커의 가장 큰 홍보수단이라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공식 5. 행복한 직원들

와비파커에서 전화로 고객상담을 하는 직원들 중에는 프린스턴 같은 명문대 졸업생들이 쉽게 눈에 띈다. 조건이 좋은 금융권에서 제의를 받고도 와비파커에서 전화상담을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아직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1년을 근무하면 회사의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기본적으로 와비파커의 승진 방식은 유명한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의 프로그램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직원이 일정기간 전화응답을 한 후에야 조직 내에서 다른 역할로 승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업무에 대한 장벽을 두지 않고 있다.

디자인과 패션으로 유명한 파슨즈를 졸업하고 패션계에서 일하다가 와비파커에 입사해 역시 전화상담을 하고 있는 한 직원에 따르면, “와비파커의 직원들은 모두가 행복하다는 사실”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한다. “행복한 직원이 회사를 성공으로 이끈다”는 원칙은 앞서 언급한 재포스가 가진 원칙이기도 하다. 실제로 와비파커가 직원들을 상대로 왜 이 회사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왜 직장을 옮기지 않는지를 물었을 때 돌아온 답들 중에서 금전적 보상은 두 질문 모두 가장 하위에 있었다고 한다. 또한 직원들에게 그러한 대우를 해주다보니 뛰어난 직원들이 모이고, “이 회사의 동료들은 모두 똑똑하다”는 자부심도 가지게 되었다는 것. 이는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가 강조한 “똑똑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만족도가 높고, 회사 잔류율도 높다”는 원칙과 다르지 않다.